근 몇달간 저는 오랫동안 글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물론 저만이 보고 읽고 쓰는 일기장의 블로그이지만, 저를 3인칭으로 간주(?)하고 쓰는 재미로 만든 거라서...
본론으로 가자면, 최근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제가 보든 제3자가 보든 당시에 제게 주어진 조건은 아주 좋았다는 것입니다.
운 좋게 붙은 광주과학기술원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는 학생들에게 많은 활동과 기회를 주고, Ai와 같이 핵심 분야와 관련하여 여러 연구 기회, 기업간의 교류도 있고, 호남권에서는 최고 명문으로 인정받는 대학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자기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찾고 탐색하고 적극적으로 떡고물을 주워먹지 않으면 이점을 누릴 수 없다는 겁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던 저의 기질과 조합이 되고 악화되어서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평생 동안 대인관계에 대한 부담이 너무 심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상대방과의 대화를 어떻게 하는 건지 감이 도저히 잡히지 않았고, 스티밍이라 부르는 상동행동이나 기타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상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서 지적을 상당히 많이 듣고 왕따도 당하고 그랬습니다. 중학생 쯤이 되어서야 저는 제 행동이 남들에게 불쾌하게 느껴지고, 그렇다면 내가 뭐가 문제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고민해보고 정보도 많이 찾아보았는데 하필이면 디씨 같은 곳도 찾아다녀서 "찐따 특징" 같은 글을 읽고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의 회피형이나 침묵을 택하는 성격 기질은 이 때 형성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학폭은 더 이상 안 당했고 학교도 좋은 곳을 가서 조금씩 나아져서 지금은 겉보기에는 말투만 조금 어색한 멀쩡해보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는 주변에서 '친구를 사귀어' 라는 조언을 하여서 저는 마음을 먹고 친구를 만들고자 먼저 다가가서 잡담을 시도하고, 상대방과 대화를 이어가려고 온갖 생각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실패하였습니다. 애초에 동기들은 관심사도 별나고 전형적인 10대-20대 남자애와 정반대 모습이던 저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지인을 만드려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 하나하나가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결국 저도 친구 만드는 것은 포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OT나 MT와 같은 술자리에도 참석해 보았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참여해보자 하여 나름 재미를 느끼긴 했는데 두세번 가보니 현타가 왔습니다. 후에 생각해보니 도대체 희석식 소주를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시면서 아무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시끄럽고 눈부신 술집 상권을 지나는 것도 스트레스였습니다.
게다가 마음 먹고 시도해 보려 함에도, 여러 방면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의지나 의욕은 점차 사라져 갔고, 결국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게 되었고 밖에 나가기 무서워져서 기숙사에서 두문불출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결국, 첫 학기의 성적은 학사경고였습니다. 부모도 엄청 놀랐고 혼내고 어르고 달래고를 계속 해서 방학때도 정신건강 자체는 피폐했습니다. 현재의 저는 자폐로 인해 겪는 어려움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하고 세부적인 이유는 아직도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꼭 자폐가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광주로 옮겨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곳의 새내기들이 대학생활 적응의 부담으로 주로 우울한 기분을 겪는 경우도 많고, 저처럼 번아웃이 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 합니다. 사실 교과를 따라가는 것은 과학고를 나온 저로선 배웠던 내용을 다시 배우는 급이라서 쉽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추락한 이유는, 학점이 F, D+, C+ 이런 식으로 나온 것은 대인관계 부적응을 메인으로 하여 향수병이나 외로움, 혼자서 생활, 관리를 해야 하는 부담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기숙사에서 나오기도 힘들 정도의 우울감으로 인한 출석점수 부족 및 인지능력 저하가 주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폐', '아스퍼거' 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중1 때였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철도 덕후였고, 인터넷에서 철도 정보를 찾아보다 '철스퍼거'라는 단어를 듣고 어감이 웃겨서 그냥 웃어 넘겼습니다. 그리고 고3때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나무위키 문서를 읽고 '어 나랑 꽤 비슷하네 ㅋㅋㅋ' 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했던 행동, 행적들도 연관지어서 '어 이거.. 딱 난데?' 와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그냥 성향만 그런 INTP라고 생각했었고, 삶에 큰 불편은 못 느껴서 자폐라고 인식하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챙겨줬던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을 가니 요구되는 사회성 자체도 매우 높아져서, 확실히 힘들어짐을 느꼈고, 제가 어떤 상황인지 방황하고 고민하던 중 아스퍼거라는 키워드가 떠올라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어릴 때부터 냈던 이상한 소리, 손을 휙휙 저었던 모습, 초6이 될때까지 코를 파는 것이 기분 나쁜 행동임을 몰랐던 모습이 떠올랐고, '성향 정도가 아니다' 라고 생각해 결국 검사를 예약했습니다.
그래서 2달간 기다려서 7월 25일에 받은 검사 결과... 예상대로 자폐가 맞았네요..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엄청난 생각이 들고, 또 불안해졌습니다. 지금은 자폐라는 진단을 확실히 받았으니 제 자아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앞으로의 사회 적응이나 군 문제(신검) 에 있어 의사와 의논할 일은 많이 남긴 했네요..
정확한 저의 증상은 '아스퍼거 증후군' 이라고 합니다. 대중적으로 자폐라는 이미지는 지적장애가 동반된 것이 일반적인데 지능이나 인지기능이 정상 범주인 자폐스펙트럼 분류를 '아스퍼거 증후군' 이라 부릅니다. (단 2013년 DSM 개정으로 정식 분류명은 아니나 관습적으로 사용됨.) 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주인공이 가진 것과 동일합니다. 2022년에 나온 드라마네요. 인기도 꽤 좋았었네요.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시청했던 드라마를 정작 당사자였던 저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네요...
의사 분도 저에게 한번 보라고 권유하여 유튜브에서 몇몇 영상을 보았는데 과장이나 작위적인 면이 없잖지만 전반적으로 제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몇몇 가지의 제가 학습했던 상황에서 내지르는 말을 듣고 '아니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순간 소름이 돋았는데 중학생 시절의 저도 그랬어서 묘했습니다. 특히 고래 이야기를 뜬금없이 하는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전율이 들었는데, 저도 친하다고 생각하는 상대를 대상으로 그런 식으로 말했던 적이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어느 영상에 지하철이 지나가는 모습이 나온다 칩시다. 그러면 그 상황에서 저는 이런 말을 꺼내려 했을 겁니다.
해당 구간에서 나오는 전동차는 서울교통공사 4000호대 전동차라고 합니다. 상부에 MCB, 주휴즈 등의 교류대응 회로 및 ADCg 교직절환 회로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아 직교류 겸용 전동차이므로 남태령역 이남을 운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입문 옆 환풍구가 1개인 것을 보아 미쓰비시 GTO 소자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교직절환이란 수도권 전철은 직류 1500V와 교류 25000V를 사용하는 구간이 나뉘어져 있는데, 수도권 전철 4호선에서는 다른 전류를 사용하는 서울교통공사 관할 구간과 코레일 관할 구간이 직결되어 있어 전동차가 해당 구간을 지나갈 때 수행하는 절차입니다. 절연구간은 줄이 두 개 그어진 절연구간 예고표지를 보고 알 수 있으며, 타행표지를 지나면 기관사가 ADCg 교직절환 스위치를 취급합니다. 통상적으로 절연구간은 66m이며 지상에서는 FRP, 지하에서는 가공강체가선을 띄워 공기를 절연체로 사용하지만 예외적으로 4호선 남태령-선바위 구간은 FRP 가공전차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의 관심사인 철도에 대해서 장황하게 말하는 모습입니다. 중학교 1학년 즈음까지는 진짜로 비슷하게 말을 했고, 반톡에서도 철도 이야기를 계속 꺼내 지적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어느 정도 충동은 꽤나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우영우는 매우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변호사까지 하면서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래 이야기를 절제하지 못하는데, 자폐인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모습은 맞으나 현실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거나, 강압적으로든 자의적으로든 교정을 거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지금의 길을 밟았더라면 우영우와 비슷한 모습이긴 했을 것 같습니다.
의사분은 우울증 약도 같이 처방해 주었습니다. 하기사 최근 들어 의욕이 싹 사라지고 멍청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역시 뭔가 있었습니다. 확실히 우울증이라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갈 엄두조차 안 났는데 이제 어느 정도 완화됐다고 생각했는데도 우울증이라고 하니 뭔가 부정하고 싶으나, 그래도 검사 결과로 보여주는 수치를 내세우는 의사의 말에 납득하고 먹기로 합니다. 약을 먹는 것도 따로 글을 쓸 예정입니다.
여친은 공부를 해야 하는 몸이라 연락할 수 없습니다. 그는 그의 친구들도 관계를 끊고 잠수한다고, 수능 끝나고 다시 연락을 하겠다 약속하였습니다. 최근 그의 생일이었는데 챙겨줄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저는 적절한 사회적 맥락을 잘 캐치하지 못해 이런 상황에서 생일을 챙겨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매우 고민하다 결국 아무 말을 하지 않기로 합니다.)
어찌 되었든 그동안 미뤄 온 것에 대한 업보를 치를 시간일까요. 학점은 개판나고 재수강을 최소 3과목을 해야 하고, 밀린 진도까지 하면 거진 1년은 꼬인 셈이네요.
여친은 수능이 끝나고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하였는데, 2024년 겨울에는 여친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취득학점은 7점. 보통 한 학기에 취득하는 17점보다 10점 미달. 아빠가 계절학기를 왜 듣지 않았냐며 매우 혼을 내었기에... 앞으로 몇년 간 방학을 쉬면서 보낼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됩니다. 큰 마음을 먹고 알바를 뛰거나 무언가 경험을 하고 싶다 하고 많이 알아본 다음에... 여친과 함께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못하리라요? 여친의 도움으로 저는 사회성이나 화용론 같은 부분에서 많은 개선을 이루었고, 그의 지지가 있다면.. 지금보다 큰 자신감을 얻고 성과도 있긴 했기에... 여친과 같이 서울에서 보내면서 계획했던 무언가를 하든, 운좋게 학점교류를 잡아서 서울에서 다니든, 뭔가 길은 찾아보면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앞길이 막막할 뿐입니다.
다만 최소한의 위안거리라면... 도대체 무엇이 평생 저를 괴롭혔고, 내가 무슨 이유로 불행해지고 이렇게 삶이 꼬여갔는지 보다 명확한 이유를 알았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나와 같은 사람들을 학계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행동특성 및 사고를 전부 분석해 두었다는 것은 다른 시각으로 보면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당장 일반인들 중에도 자신을 잘 모르거나 특성, 정체성이 불확실하여 어떤 길을 택할지 갈팡질팡하고 혼란을 느끼는 사례가 많은데, '자폐' 라는 이름으로 세세한 특성까지 분석이 되어 있어, 가뜩이나 스스로의 감정이나 느낌을 적절히 매치하고 표현할 줄 모르는 저로서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느낍니다. 비유하자면 바다에 조난당했는데 GPS와 지도를 주워서 어디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힌트를 얻었다고 할까요?
아무튼 근 몇달 내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아직도 잘 안정이 되질 않네요... 마음이 보다 정리되고 준비되었을 때 앞날을 찬찬히 고민해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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